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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당/이런저런 이야기

해저 2만리 - 쥘 베른 (1869)

해저 2만리 - 쥘 베른 (1869)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 Jules Verne

이공계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
바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나는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백투더 퓨처라는 영화에서 타임머신을 개발한 아인슈타인처럼 생긴 박사와
그 박사가 과거로 돌아가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한 여성이
밤 늦게 어딘가 언덕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이야기의 소재가 되던 소설.

그 해저 2만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책 내용이 나오니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은 조심하시길)
배들이 여기저기서 이유없이 부서지고 침몰한다.
사람들은 침몰하는 원인을
폭풍우, 기상이변, 특이한 바다생물, 비밀 잠수함 등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답이 아니라는 가운데,
"아로낙스"라는 프랑스 박사가
배를 침몰 시킨 것은 "커다란 고래" 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 고래를 잡기 위한 배가 미국에서 출발한다.
배 이름은 "애이브러햄 링컨".
"패러것"이라는 용감한 함장과 함께
아로낙스 박사도 해양분야의 권위자로서 함께 탑승한다.

그리고 드디어 고래를 발견했다.
작살잡이 "네드 랜드"가 작살을 던져 고래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작살은 튕겨 나갔고, 애이브러햄 링컨 호는 뒤집혔다.

아로낙스, 아로낙스의 조수 콩세이유, 네드 랜드
이 세 사람은 나뭇 조각을 짚고 물에 떠서 구조를 기다린다.
결론은 고래가 아니었다는 것.

"네모"라는 함장이 이끄는 잠수함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설계해서 비밀리에 만든 이 잠수함은
최고의 성능을 가진 잠수함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여행이 시작된다.
바다를 2만 해리나 돌아다니는 그들의 멋진 바닷속 여행이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소설의 절정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두 곳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수에즈 운하가 나오는 곳이다.

책은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수에즈 운하가 공사중이지만 완공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수에즈 운하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홍해와 지중해를 이어주는 운하라고 말해주면 되려나?

자, 그 상황에서 "노틸러스"라는 이름의 잠수함은
인도양을 지나 홍해로 들어선다.
홍해에서 멋진 "듀공"이라는 물고기도 만난다.
그걸 잡아서 먹는다.
그리고는 홍해를 즐길만큼 즐긴 뒤 지중해로 건너간다.
ugong.jp

↑ 이 물고기가 듀공이란다. 참 우습게 생기지 않았나?

뭐라고?
그렇다, 지중해로 건너간다는 말이다.
수에즈 운하는 없었다.

홍해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내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을 찍고,
다시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올라가,
스페인과 모로코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서
지중해로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잠수함이다.
운하는 아직 없지만
자연적으로 생성된 땅 밑의 물길이 있었던 것이다.
동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정말 놀랍지 않은가?
홍해에서 지중해로 건너가고 싶은 마음을 바로 잠수함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해결했다.

첫번째 절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렇다면 두번째 절정은?

그곳은 바로 남극이다.
아무도 남극점에 도달한 적 없었던 1860년대.
최고로 남극에 가까이 간 것이 위도 75도 정도였던 시대이다.

그때 바로 잠수함 노틸러스호는 남극점에 깃발을 꽂는다.

어떻게?

그렇다 역시 잠수함이다.
남극 대륙 주위에 떠 있는 빙하의 밑으로 깊이 잠수한다.
그래서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빙하가 없는 곳을 찾아 절묘하게 떠오른다.

그곳에서 떠올라서 배를 타고 육지에 다다른뒤
남극점까지 걸어서 간다.
하루도 안 걸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어찌보면 그다지 말이 되어보이지 않는다.
남극대륙 주위가 빙하로 둘러 싸여있는지도 모르겠고,
그걸 빙하 밑으로 통과해서 육지에 가까운 곳에 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으며,
그렇다 해도 남극점이라는 곳이 걸어서 하루도 안 걸려서 갈 수 있을만큼
바닷가에서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잠수함에는 남극에서의 탐험에 대비한 어떤 장비도 준비되어있다는 말은 없으며
남극에서 쓰지 않으면 눈이 먼다는 눈 보호용 고글도 쓰는 장면은 안 나온다.

지금의 지식으로 보면, 남극점에 이렇게 쉽게 도달하는 것은 터무니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그 시대 지식의 한계라고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는 소설이므로 받아들여준다면,
쥘 베른은 이 잠수함을 통해
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탐험하고 싶었던 마음을
적절하게 이루었던 것이다.

남극점을 찍은 것도 찍은 것이지만
빙하 밑을 통해서 다시 남극에서 빠져나오다가
얼음이 두꺼워져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얼음 밑에 잠수함이 갇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잠수함이니까 물 속에 있어도 되겠지만
이 첨단 잠수함도 바닷물에서 산소를 분리해 내는 능력은 없었으니
적당한 때에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산소부족으로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다 질식하게 될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극적으로 얼음이 얇은 곳을 찾아 아슬아슬하게 빙하 속에서 탈출하기에 성공한다.
어찌보면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극한을 경험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생사를 오가는 극적인 상황이니까.

해저2만리의 노틸러스호의 항해경로를 지도로 그려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귀차니즘이 하하.

일본의 동쪽 태평양 -> 인도양 -> 홍해 -> 지중해 -> 대서양 -> 남극 -> 영국 서쪽 대서양 -> 북유럽해

뭐 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내용에 대한 건 여기까지.

ingtMilleLieues_01.jp
  
ingtMilleLieues_02.jp


나는 위의 두 개의 책으로 해저 2만리를 읽었는데
열림원에서 나온 김석희 옮김의 번역본을 추천한다.

열림원 책은 원본에 있는 흑백 그림을 그대로 사용하며,
노틸러스호의 이동경로를 나타내는 지도도 있다.
옮긴이의 주석이 꼼꼼하게 붙어있으며, 오탈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김석희는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전문 번역가이다.

하지만 옹기장이 책은 정재승이라는 카이스트 교수의 추천이 있을뿐
그림도 원본의 그림이 아닌 누군가 새로 그린 컬러로 된 그림이 있으며
이동경로를 나타내는 지도도 없고
오탈자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수옥이라는 번역가는 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인데
불어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영어로 된 책을 번역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컬러로 되어 있으니 어린이들이 보기엔 더 좋을지도.

여러 모로 볼 때 김석희라는 번역가가 훨씬 책임감 있게 잘 번역한 것을 알 수 있다.
쥘 베른의 책 시리즈는 김석희가 번역한 번역본이 다 있으니
쥘 베른 책을 보려면 열림원의 김석희 번역본을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