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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난 이야기/생각조각

사람이 죽었다.

이민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녀석은 물리학과 석사 2년차 이다. 나와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같이 먹고, 우스갯소리도 하며 놀고, 같이 스타도 했다.

미안하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지난 한 해.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공부하고, 숙제하고, 번역하고, 밤새고, 공부하고, 숙제하고...

후회한다.

어쩌면 나는 그 녀석에게 가장 가까운 그리스도인이 아니었을까? 희망의 말을 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쓰리다. 빛을 보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왜 주지 못했을까.

울었다.

미안해서, 억울해서, 후회하며, 한 없이 울었다. 그 녀석을 향해 욕도 많이 했다.




그 뼛가루는 오늘 아침에 강원도 홍천 팔봉산 자락에 있는 홍천강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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