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난 이야기/이웃이야기
김건표 / KIM Kunpyo
(gguro)
2003. 11. 8. 01:29
두 아이가 가게에 들어간다. 그곳은 햄버거를 파는 곳이다. 배가 고파서 들어가는 것인지... 어쨌든 두 아이는 가게에 들어간다. 바다 너머 먼 곳에서 생겨나 이땅까지 건너온 가게일까? 그곳은 밝고 환하다. 딱딱한 의자들이 줄을 맞춰 서있다. 그 둘 가운데 키가 작은 한 아이는 이런 곳이 낯선지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한편 큰 아이는 늘 그렇듯이 익숙한듯 먹거리를 시킨다. 이상한 이름의 먹거리를 몇 가지 시키고는 큰 아이가 지갑을 꺼내 돈을 낸다. 작은 아이는 그냥 옆에서 보고 있다.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그 둘은 그다지 말을 하지 않는다. 사이가 그리 가깝지 않은 것일까? 조용하다.
학교의 운동장이다.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큰 아이가 보인다. 작은 아이도 보인다. 그 둘은 같은 편이다. 언제나 작은 아이가 공을 가지고 시작한다. 공을 몰면서 다른 편 쪽으로 간다. 천천히 몰고 가기도 하고, 때로 빨리 몰고 가기도 한다. 다른 편 사이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어지럽다. 작은 아이는 그렇게 공을 몰다가 공을 어디론가 던진다. 그곳엔 큰 아이가 서 있다. 큰 아이는 가만히 공을 골대에 집어넣는다. 빠르게 눈에 띄게 움직이는 것은 작은 아이이지만 점수를 내는 것은 언제나 큰 아이이다.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집에 놀러왔다. 큰 아이는 셈틀을 켜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풀그림(program)을 짜고 있는 듯 보인다. 작은 아이는 그게 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다른 것을 하자고 한다. 그 둘은 원숭이가 사는 섬으로 모험을 떠난다. 곡예단에 들어가 돈을 벌어 배를 사고 칼싸움을 배워서 칼잡이를 이기기도 한다. 큰 아이는 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작은 아이가 해보자는 대로 따라간다. 그래도 큰 아이는 지루해 하거나 짜증내지 않는다. 작은 아이는 고집스럽게 자기 방법대로 전자오락을 한다.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집에 놀러와서 있었던 일이다.